봉평 메밀밭에서...
아들은 강하게 딸은 귀하게...
초등학교 2학년때의 일이다.
당시 아버지가 직업 군인이라 강원도 춘천에서 살았었다
겨울 방학을 맞아 아버지는 어린 나와
6살짜리 남동생(남동생 3명중 젤 큰 동생.나머지는 넘 어려서...)을 시골 외가댁(충남 연기군)에 보내기로 하셨다.
내가 가고 싶다고해서....
엄한 아버지를 벗어나 자유롭고 싶어서리....
천국 같은 할머니 댁에서 맘대로 하고 싶어서리...
ㅎㅎㅎ철없는 나를 본다
춘천에서 충남 연기까지는 상당히 먼 거리였다.
춘천에서 완행 열차를 타고
서울 성동역(당시에 있었음)에 와서
다시 경부선으로 갈아 타고
조치원에서 내려 시외버스를 40여분 타고
또 내려서 4k를 걸어야만 했다
옛날 기차는 왜 그렇게 느렸는지....
새벽에 출발 하면 캄캄할때 도착한다.
그런 먼길을 9살인 나와 6살 남동생 둘이 가라는것이다.
늘 가고 싶었지만 막상 닥치니 겁을 잔뜩 먹을수밖에....
그리고 엄하기만한 군장교인 아버지 말씀을 거역 할수도 없었다.
아버지 말씀 하시길...."입만 있으면 미국도 갈수 있다"고 하시며....
요즘 같으면 감히 누가 그 어린애들을
여러번 갈아타며 가는곳을 보내겠는가?
꿈에두 생각치 못할 결단을 울 아버지는 과감하게 내렸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두 해야하는 상황이라 말씀을 따를수밖에...
잔뜩 긴장하며 새벽에 동생 손을 잡고 출발해서 묻고 또 묻고....
시골 버스에서 내리니 날은 이미 어두워 칠흑같은 밤이 되고 말았다. 시골은 왜 그리두 깜깜 한지... 마치 눈알이 빠질것 같은 느낌이다.
도시에서 살아온 나는 더 어두울수 밖에....
걸어서 십여리를 갈 생각하니 온몸이 쭈삣거렸다.
시골은 옛날엔 전설 따라 삼천리에 얽힌 무서운 야그도 많았잔는가... 처녀가 목을 맺느니 어쩌구 하면서....
두려움이 엄습하고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냥 칠흑같은 시골길... 무서움을 떨치려고 동생과 나는 노래를 부르며 간다.
조용하면 더 무서우니까....
전화도 없던 시절이라 외가에 알리지도 못하고 무작정 찾아갔다.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 대문을 두드리니
할머니는 눈이 휘둥그레 주위를 둘러보시며
너희 둘이 왔느냐고 하시기에
그렇다고 했더니 기절 하시기 직전이다.ㅎㅎㅎ
일찍 훈련 받은 덕분에..... 그후론 동생들을 이끌고 방학이면 잘도 다녔다. 그렇게 강하구 엄한분이 울 아버지다. 무슨 베짱으로 그 먼길에 그렇게 어린애들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지금 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한 시절두 아닌데 말이다.
지금도 당신이 강하게 교육을 시켜서 내가 그 어려움을
씩씩하게 극복하구 사는거라구 자부 하신다.
아마 그럴지두 모르겠다.
근데 나는 강한 내가 싫을때두 많다.
곱게 자란 애들이 시집가서 더 잘살더만... 내가 만약 딸이 있었다면 곱게 키워 시집 보냈을것이다. 아들은 강하게 딸은 곱게...
시대에 안맞는 생각이라할지 모르지만... |